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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2018

동물의 무기 : 극한 무기 발달 요소와 특징 그리고 인간과의 유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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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가 나온지는 3년이 지났지만 한국어판으로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이다. 과학쪽 신간들은 나중에는 많이 안 빌려가는 책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 신청을 해서 비치되는 경우가 많아서 처음 한 두 달은 빌리기가 어렵다. 나도 이 책에 대해선 관심은 있지만 우선순위가 높지 않은 책이었는데, 신간 코너에 떡하니 있어서 읽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동물의 무기 :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극한 무기의 생물학 /

Animal Weapons : The Evolution of Battle


더글러스 엠린 ( Douglas J. Emlen ) 지음, 승영조 옮김, 최재천 감수
북트리거, 408쪽, 19500원


한줄평 : "극한 무기 발달 요소와 특징 그리고 인간과의 유사성"


얻은 것 : 

핸디캡의 원리, 정직한 신호

불균형-경쟁, 희소자원의 경제적 방어 가능성, 1대1 대결 환경

비용-대가, 정직한 신호, 억제력, 밀통-속임수-우회전략, 안정화 



이 책은 동물의 무기, 그 중에서도 신체 대비 극한으로 발달한 무기들에 관한 책이다. 이렇게만 보면 약간 특이한 생물학책 정도로 보이지만, 다 읽고 난 다음 이 책을 내 기준으로 정의하자면 이 책은 생물학의 탈을 쓴 사회과학책이다. 저자도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 그 중에서도 곤충의 무기들을 대상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는데, 공통점을 뽑아내고 일반화 하면서 책이 다루는 범위가 인간의 무기에 까지 이르게 되었음을 책 앞에 이야기 한다.


나는 저자가 연구한 내용이 가시적인 무기 뿐만 아니라 좀 더 일반적이고 비물질적인 대상에도 적용 할 수 있다고 본다. 생물학자가 인간 무기와의 유사성을 느끼고 군사무기학까지 공부해가며 쓴 훌륭한 책이지만 사회과학자들과 협업하여 연구한다면 충분히 일반화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책의 구성은 상당히 깔끔하다.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소소하게 이야기를 시작하고, 극한의 무기가 발달할 수 있는 요인 세 가지를 소개하고, 그렇게 발달한 무기가 갖는 특징을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인간이 만든 무기와 유사성이 있음을 보이고, 그것을 토대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우려의 메세지를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저자는 극한의 무기가 발달하게 되는 필수 요소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로 번식가능 성비의 불균형이 유발하는 경쟁, 다음으로 희소자원의 경제적 방어 가능성, 그리고 1대1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는 환경이다.


극한 무기의 발달은 다음과 같은 특징들 동반한다. 큰 무기의 발달에는 대가가 따르고, 잉여자원이 많을 수록 무기는 더 커진다. 그래서 그런 무기는 믿을 수 있는 신호로 작용하고, 그에 따라 직접 대결에 대한 억제력이 생긴다. 명백한 신호로 패배가 확실한 쪽은 직접대결 보다 우회전락을 시도하고, 이게 먹혀들면 극한무기 발달에 제동을 가하고 어느 시점엔 안정화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부터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었던 핸디캡의 개념을 어느 정도 구체화 할 수 있었다. 물론 책에 핸디캡이라는 용어는 나오지 않지만 이 책이 그걸 전반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생성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신호가 정직한 신호다. 보통 진화생물학 책에 기이할 정도로 화려한 치장을 하는 공작과 같은 동물을 설명할 때 나오는 개념인데, 대부분은 간단히 소개하고 끝낸다. 내가 이쪽 전공자가 아니라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뭔가 통일된 용어도 없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어떤 정보나 주장을 판단할때 잘 이용하는 개념이었는데, 기반을 더 단단하게 다지게 되었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의미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극한의 무기의 개념과 원리를 특정 지역의 집값에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회에 경쟁요인은 두 말 할 필요 없이 있을 것이고, 희소자원을 방어하는데 부동산만한 것이 없다. 그리고 부동산 거래는 1대1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보면 부동산이 단지 탐욕에 의한 투기 때문에 오르는게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단지 가시적인 극한의 무기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지적한데로, 대한민국 지배세력이 지켜야할 가장 중요한 희소자원이 무엇인가 이다. 인간은 서로 끊임없이 상호작용 하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최근 들어 보는 책마다 남다른 의미가 붙기는 했지만 이 책은 특히 더 그렇다. 묵은 갈증을 풀어준 의미있는 책이었다.




문장 : 책의 구성과 글 흐름이 깔끔해서 한 번 읽고 나면 목차만 봐도 전체적으로 내용이 가늠된다. 생물학자가 이렇게 잘 써도 되나 싶다. 좋은 글쓰기 훈련을 받은게 틀림없어 보인다. 부러운 부분이다.

외관 : 표지와 제목만 보면 그냥 생물학 책 같다. 원서의 부제는 좀 덜한데, 이 책의 부제는 그걸 더욱 부추긴다.

가격 : 책 가격 이상의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읽으면서 떠오르는 책들

- 직접적으로 떠오르는 책은 없다.




동물의 무기 - 10점
더글러스 엠린 지음, 승영조 옮김, 최재천 감수/북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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