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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2018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 우연으로 가장한 물리학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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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책을 4권이나 읽었는데 정리를 못하고 있다. 어떤 특정한 마음을 먹고 많이 읽은 것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많이 읽게 됐다. 사실, 많이 읽기 보다는 천천히 곱씹어 읽으려고 하고 있는데, 읽는 속도가 오히려 더 빨라졌다. 어려운 책 하나를 읽다가 훓어 보려고 가볍게 고른 책들이라 쉽게 읽힌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그래도 정리를 해둬야 제대로 남을테니 잊기 전에 정리해 본다.


우선은 가장 마지막에 읽은 우연에 관한 책이다. 양자물리학자가 쓴 책이라 보통의 인문학적 관점이나 수학적 관점으로 본 우연, 행운에 대한 이야기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봤다.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 성공과 우연의 상관관계를 과학으로 분석하다. /
Der Zufall, das Universum und du. Die Wissenschaft vom Glück.


플로리안 아그너 ( Florian Aigner ) 지음, 서유리 옮김,
동양북스, 288쪽, 14500원


한줄평 : "우연으로 가장한 물리학책"

얻은 것 : 

양자 중첩, 양자 얽힘

양자현상, 파동함수, 그냥 그대로 받아드여라, 닥치고 계산해



역시나 카오스니, 엔트로피니, 양자역학이니 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느낀 점은,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공자의 설명이라 그런지 다른 책들을 통해서 접한 비전공자들의 개념 설명보다 확실히 이해하기가 쉬웠다. 예들 들어 양자의 충첩과 얽힘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됐다. 그 동안의 책들에서는 물리학자는 너무 전문적으로, 인문계열의 저자는 근본적인 이해 없이 철학적인 접근방법으로 설명한게 대부분이었다.


또 하나 느낀 점은, 물리학에 대한 설명은 내 기준으로 이 책의 설명 범위 안에서 부족함이 없어 보였는데, 생물학, 특히 진화에 대한 설명은 빈틈이 살짝 느껴졌다. 저자가 오해를 하고 있다거나 틀렸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의 진화생물학에 대한 개념은, 내가 이걸 판단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기는 하지만, 적어도 해당분야 전공자들이 일반인을 위한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개념에 부합한다. 다만, 저자의 열역학에 대한 이해와 진화에 대한 이해가 융합하면 책을 통해 말하려는 것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목차상으로 나뉘지는 않지만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절반 정도까지는 이 세상이 우연으로 가득차 있음을 물리학 지식들로 설명한다. 그 이후 중반부부터는 그 우연이라는 특성이 어떤 현상을 만들어 내고,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이야기 한다. 그런데 톤이 갑자기 바뀐다. 마치 물리학책을 읽다가 바로 이어서 인간의 비합리성을 다룬 심리학, 사회과학, 행동경제학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내용도 형식도 유사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살짝 철학적인 느낌을 준다. 앞서 양자역학에 대한 설명을 하는 부분에서 양자역학을 철학적 인식론의 관점에서 파고드는 현상을 경계하더니 그렇게 마무리 한다. 물론 저자가 걱정하는 대상들과 이 책의 독자층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진 않는데, 모순된 느낌을 주기는 한다.


세상은 우연이 지배한다. 미신, 편견, 편향이 생기니 과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우연한 세상은 놀라움을 주니 받아들이고 즐기자~


응???


뭐 이런 느낌이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허무하지는 않다. 읽어보면 안다.


개인적으로는 앞부분의 엔트로피에 대한 설명, 양자역학에 대한 설명 만으로도 이 책이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뭔가 어지러운 느낌이 싹 정리됐기 때문이다.


문장 : 읽기는 쉬운 편인데, 문장구조가 이상한 곳이 꽤 많다. 저자 특유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번역한 느낌이다. 보통 이럴때 개인적으로 쓰는 방법은 명사와 동사만 취하고 나머지 단어들은 버리고 보는 것이다. 그럼 대충 이해는 된다.

외관 : 표지 삽화들 때문에 오히려 겁먹을 것 같다.

가격 : 요즘 나오는 책에 비해 꽤 싸다고 느껴진다.

읽으면서 떠오르는 책들

행운에 속지 마라 : 대체역사까지 고려하는 확률적 사고

내가 읽은 책 중에 우연을 바라보는 출발점이 반대편에 있는 책이다. 하나는 과학적 사실들로부터 위로 올라갔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아래로 내려갔다.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 8점
플로리안 아이그너 지음, 서유리 옮김/동양북스(동양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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