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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이야기

국민청원까지 간 동계올림픽 팀추월 논란, "숙주인간" & "신과 개와 인간의 마음" 으로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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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때문에 난리인 모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갔다고 하는데, 얼음판 놀이가 뭐 그렇게 국가적으로 중요한가 싶기도 하다.

누구의 잘잘못이든, 누구가 옳고 누가 그르던 시간이 지나면 판가름 날 것이고 더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기에 나까지 정신력을 소모하고 싶진 않고, 사태가 흘러가는 모양새를 여론이 아닌 읽었던 책의 관점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끄적여 본다.


숙주인간의 관점으로 본 팀추월 논란

숙주인간 : 기생생물의 작용, 숙주의 대응이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 )

도덕적 비난의 대상의 문제

숙주인간 이라는 책을 보면, 기생생물(바이러스, 세균, 기생충 등)로 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역겨움 반응이 발달 됐고, 이 역겨움 반응이 도덕적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학계 전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주장까지는 아닌 것 같다. 아무튼, 저자의 관점을 따른다면, 공동체 구성원이 공통적으로 따르는 규범을 어기는 사람은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공동체로부터 배척당하게 된다. 

더러운 사람, 타액을 흘리거나 기침을 계속해서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 이상행동을 하는 사람을 역겨운 마음에 본능적으로 피하듯이 약속을 안 지키거나 팀웍을 깨거나 자기이익만 챙기는 사람을 보게 되면 도덕적 역겨움을 느껴 사회적 대응을 강구한다는 것이다. 우선 그런 사람과 가까지 지내지 않으려 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여 사회적으로 배척하게 만든다. 지금 돌아가는 모습이 "숙주인간"적 관점에서 딱 그래 보인다.

이런 경향은 사회가 여유로울때 보다 취약할때, 그러니까 식량이 부족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어떤 이유로든 사회적 스트레스가 높아졌을때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하는데, 이것도 지금이 딱 그렇다.


신과 개와 인간의 마음으로 본 팀추월 논란

신과 개와 인간의 마음 : 마음은 지각의 문제 )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인가를 결정하는 문제

이 책에 보면 도덕유형의 고착 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우선 사람은 인간을 포함한 어떤 대상의 마음을 인식할 때, 행위자와 수동자(경험자)로 나눠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한쪽 마음을 강하게 인식하면 다른 마음은 그와 반대로 적게 인식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사람은 그 인식에 따라 행위자로 인식될 수록 능력, 책임과 연관짓고, 수동자로 인식할 수록 상처, 권리와 연관짓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슈퍼맨에게는 엄청난 신체능력이 있기 때문에 강력한 행위자로 인식하고 그에 따라 그에게 큰 책임을 부여하지만, 갓난 아기는 아무런 능력 없이 외부 환경에 큰 여향을 받는 미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으로 이번 팀추월 논란을 보면, 이미 "강한 힘을 가진 빙상연맹" 때문에 "출전 기회조차 잃어버릴 뻔한 나약한 개인"이라는 스토리가 알려진 상태였고, 더 전부터는 "파벌" 대 "파벌 싸움에 희생된 개인"이라는 고질적인 이야기도 있는 상태였는데, 여기에 "팀훈련에 제대로 참가해보지도 못한 동료를 버리고 자기 속도대로 내달려 버린곤 책임을 회피하는 인터뷰를 한 선수"와 "어쩌면 고의적이었을지도 모를 경기를 치르고도 그것에 대해 아무말도 못하는 선수"로 인식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 상태다. 게다가 텍스트 뉴스가 아닌 감정을 더욱 자극하기 쉬운 동영상 인터뷰에서 말투, 표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니 메달권까지 노려 볼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다가 예선탈락해버린 책임을 지울 대상이 누구인지는 더욱 분명해지게 됐다.

이 관점에서 현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건 자연스러운데, 안타까운건 이번에도 표적이 되는 선수의 책임만 묻고 뭔가 하는 시늉만 하다 시간이 지나 유야무야 끝날 것 같다는 것이다. 확실히 동영상매체가 주는 파급력이 너무 큰 것 같다.


나홀로 볼링으로 본 팀추월 논란

나홀로 볼링 - 점점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는 사람들근시사회 : 금융화의 효율성이 가져온 즉각적인 자아실현이 초래한 부작용,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 )

공동체의식의 문제

2000년대 정도 부터 다른 사람이랑 엮이고 싶어하지 않는 성향이 점점 더 뚜렸해지는 전세계적 현상을 다룬 책들이 많았다. 위의 책들은 극히 일부다. 읽은 책들 중에 적어 봤고, 내용만 알고 있는 책들도 있다. 그리고 다른 주제의 책들에 관련 현상을 다룬 부분들도 조금씩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어디서는 유대감이 없어지고 있다고 표현하고, 어디서는 이지람이 늘어난다고 표현한다. 생물학적 관점으로 보기도 하고, 사회과학적 관점으로 보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동일한 경향으로 인식하고 있다.

공동체 의식 같은게 사라지는 건가라며 망상을 하다가도 이번 논란 같은 걸 보면 계기만 있으면 언제든지 나타날 정도로 내면에 강하게 자리잡은 본능과도 같은 사회적 성향이 너무나도 강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여자 쇼트트랙 계주 결승이 있는 날인데, 팀워크란게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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