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 취약계층을 벗어난 이가 들려주는 현실 그대로의 이야기

그 동안 계속 좀 무겁다 싶은 책들을 본 것 같아서, 이번에는 살짝 가벼운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이 출판된 주에 거의 모든 신문에서 소개했던 것 같다. 리뷰들을 보면 미국에서도 어느 정도 반향을 일으켰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연결지어 보는 시선들도 많은 것 같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

Hillbilly Elegy : A Memoir of a Family and Culture in Crisis

J. D. 밴스 ( J. D. Vance ) 지음, 김보람 옮김,

흐름출판, 428쪽, 14800원

한줄평 : "취약계층을 벗어난 이가 들려주는 현실 그대로의 이야기"

얻은 것 :

가정환경, 속해있는 문화와 환경의 중요성,

(안전하다고 느끼는 장소, 안정된 관계, 본보기를 접할 수 있는 환경, 사회적 자본/인맥의 다른 측면)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책이 참 현실적이고 담담하고 차분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저자의 마음이 안 보여 담담하고 차분하게 느껴진다기 보다는 많은 노력을 들여 차분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느낌이 든다. 저자가 처음 속했던 문화의 사람들이 흔히 내비치는 감정적인 측면과 특유의 정서가 있는데, 그것이 있다는게 보이면서도 절제되어 있는 상태라는게 느껴진다. 책에 나와 있는데로 그의 아내가 여러 번에 걸쳐 읽고 교정해줬다는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거의 불가능한 확률을 뚫고 성공한 저자 특유의 감성상태일 수도 있다.

책은 크게 두부분으로 나뉜다. 도무지 희망이라곤 없어 보이는 어렸을 적의 이야기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성공으로 가는 과정의 이야기로 나뉜다. 친철하게 1, 2부로 나눠주셨다. 저소득층, 사회적 약자 등이 어떻게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을 했는지를 보고 싶다면 후반부 부터 봐도 된다. 사실 앞의 어린시절 이야기는 살짝 지루한 면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러면 이 책의 진가를 못 느낄 수도 있다. 앞 부분을 읽어야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그들 환경과 실제 그들이 처한 현실과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고, 그런 현실을 체감해야 저자가 제시하는 몇가지 제안이 그저 책상에 앉아 통계 숫자를 보고 그럴듯하게 만든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여러가지로 받아들여질만한 여지가 많아 보인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인해 이 책의 이야기가 남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정 경험의 유무나 가정 환경, 속해 있는 문화에 따라 분명히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블라인드 사이드'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두 주인공이 처한 환경이 세부적으로는 좀 다르긴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과 책의 해법(?)이 영화에도 적용되어 있다는 것 때문이다. 차분한 느낌을 주는 것도 비슷하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도 이상에 사로잡혀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인 것을 바라보게 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이 책이 그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야기지만 한국의 현실을 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문장 : 위에 쓴대로 현실적이고 담담하고 차분함

외관 : 사진을 넣은 흔하지 않은 표지, 처음 보면 한적하고 살짝 아름다운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책을 읽고 나면 저 표지사진에서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가격 : 종이재질 제본 등을 보면 합리적인 선택을 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인다.

읽으면서 떠오르는 책들 :

- 블라인드 사이드 : 책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계속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