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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2018

불평등의 역사 : 대규모 폭력적 파괴가 이끈 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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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도 어렵고, 번역도 별로인 이 책을 "내가 다 읽을 수 있을까"라고 읽기 전에도 생각했고, 읽기 시작하면서도 생각했는데, 결국 다 읽고 말았다. 3장 정도까지 읽으니 저자의 문체와 번역자의 번역이 차츰 익숙해졌다. 1~2년 전의 나였다면 아마 못 읽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추천해줄 만한 대상이 쉽게 떠오르진 않는다. 일단 관련 분야 학자 정도, 그리고 이미 부유층인 사람, 그런 사람이 되려는 강한 의지가 있는 사람, 그 자녀들도 대대손손 부유하게 살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두 번째 부류라도 상당한 독서내공과 독서의지가 있어야만 어느 정도 뽑아먹을 수 있다. 나머지 사람에게는 읽어봐야 머리만 아프고 아무런 소득 없는 시간낭비만 될 뿐이다.

 

추가 - 책을 읽은 후 수년이 지났지만 세상을 경험할수록 이 책의 핵심이 다시 떠오른다. 


불평등의 역사 /
The Great Leveler : Violence and the History of Inequality from the Stone Age to the Twenty-First Century

발터 샤이델 ( Walter Scheidel ) 지음, 조미현 옮김,
에코리브르, 768쪽, 40000원


한줄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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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폭력적 파괴가 이끈 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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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은 것 : 

통치세력의 관점에서 평화로운 권력전달은 불평등해소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음,

역사적 관점으로 본 자산 축적의 원리(Make & Take, Reinvest surplus capitalLoss prevention, Long time).

 

어려운 문장에 비해 책의 주제와 내용은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저자는 불평등에 관심 있는, 피케티의 영향을 받은 역사학자다. 그리고 본업을 살려 어떤 경우 불평등이 대규모로 완화 되었는지를 역사적으로 살펴봤고 그 결과를 책으로 냈다. 간단하게 보면, 대규모 평준화는 국민을 동원한 대규모 전쟁, 최소 국가 수준의 폭력적 혁명, 나라가 망했다고 표현될 정도의 체제의 붕괴, 엄청난 사망자를 내는 전염병 등, 자산 및 자산구조의 폭력적 파괴가 일어난 경우 밖에 없었다가 내용의 전부다. 

해당 내용은 서문과 1~3장만 읽으면 충분히 알 수 있고, 평준화의 네 기사를 다룬 4개의 장은 주장의 근거를 기술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책 후반부의 "대안"은 그래도 평화적이면서 의미 있는 수준의 평준화를 이룬 역사가 있지 않나 탐구하는 부분이고, 그 이후 결론부는 안타깝지만 폭력적 자산파괴 말고는 없었다로 마무리한다.

 

저자는 불평등 발생의 가장 근본적인 기반으로 최저생계 이상의 생산으로 꼽는다. 최소한 남는 게 있어야 한쪽으로 쏠릴 수 있고, 많이 남을수록 한쪽으로 강하게 쏠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모두가 각자 먹을 만큼밖에 생산하지 못한다면 부가 쏠리는 건 있을 수 없으니 일단은 맞는 것 같긴 하다. 불평등 해소 쪽에만 집중하는 책이라 이 부분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세세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의미 있는 자산축적에는 평화로운 긴 시간이 필요한데, 폭력적 자산 파괴가 그런 축적을 막는다가 대규모 평준화의 논리로 보인다. 저자는 폭력적 파괴가 평준화를 가져오는 이유그런 폭력적 상황이 대부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잃게 만들고, 개인이 비참한 삶을 살게 만들고, 너도 나도 재산을 다 잃지만 단순히 부자가 잃을 게 더 많아서라고 본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리만치 단순한데, 책을 읽은 후 아직까지는 그래 보인다. 전염병은 논리가 약간 다른데, 전염병자산은 남기고 노동자를 대량으로 죽여서 노동자가 가져가는 비율을 증가시킨다.

추가 - 이번에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의 경우도 동일한 것 같다. 현재까지 나온 데이터로는 최소한 선진국에서는 육체 노동자와 서비스 노동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더 늘었다. 

 

먼저 읽은 입장에서 굳이 이 책을 읽겠다면, 표면적인 주제와 결론을 파악하는 데는 서문만으로도 충분하고(느낌상 신문 리뷰도 여기까지만 보고 쓴 듯하다), 조금 더 살펴보고 싶다고 해도 1~3장 정도만 읽어도 된다. 나머지도 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굳이 다 읽을 필요는 없다.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읽어도 얻을 수 없으니 당연히 더 읽을 필요는 없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면 이런 책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아니고, 읽어도 얻는 게 별로 없다. 억지로 읽어 봤는데 머리만 아프고, 내용도 모르겠고, 시간만 버린 꼴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지만, 앞부분을 읽고 최근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부의 메커니즘에 대해 어떤 맥락 또는 원리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끝까지 읽었다. 그리고 어느 성과가 있었다. 

부를 보는 저자의 역사적 관점이 엔트로피적 관점이나 복잡계적 관점, 진화적 관점에서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약간 뜬금없긴 한데, 책을 읽다 어느 순간 통치자, 통치세력, 부유층, 엘리트 계층 관점이 강하게 밀려들어왔다. 분명 저자의 의도는 아니었다. 이전의 책 읽기가 영향을 준 것 같다. 

저자가 최소 수년의 노력을 들인 부의 평준화에 관한 장기간의 역사적 관점을 3주가 안 되는 기간에 조금이나마 훑어 본 듯하여 이번 책 읽기는 뿌듯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읽어보라고는 말 못 하겠지만 말이다.

 

문장 : 

일단 문장이 어렵다. 번역이 잘 되지 않은 것도 분명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원문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쉬운 서술이 아니라 어려운 형식의 문장을 주로 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치면 한자어로 꽉 채워진 문장을 구사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번역은 전제 줄기보다는 그런 문장 하나하나를 간신히 직역해가는 느낌이다. 

본인이 정한 주제 외에 연구결과를 가지고 추론해볼 만한 서술이 없다. 자신의 분야에 한정하는 경향이 보이고, 지나치리만치 의미를 세부적으로 정확하게 기술하려 하고 있고,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확정된 결론을 피하는 조심스러움도 묻어난다. 전체적으로 학자적 느낌이 강하다.

어려운 문장, 부실한 번역이지만 저자가 말하고 싶은 건 분명하게 정리한 책이라 그 부분을 파악하기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상대적으로..

외관 : 

전형적인 벽돌책이다. 표지는 책의 내용을 비교적 잘 나타낸다고 생각된다. 총칼로 이루어진 평등...

가격 : 

벽돌책답게 비싼 편이다. 많이 팔리기 어려운 책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읽으면서 떠오르는 책들

- 21세기 자본, 애프터 피케티 : 책 자체에서도 이 책이 "21세기 자본"의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 부자가 되기 위한 강력한 지침서

이상하게도 이 책이 자꾸 떠오른다. 부자 아빠가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불평등의 역사"에서 보충받은 느낌이다. 어쩌면 워런 버핏도 역사적 맥락을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닌 것 같다.

 

2018 Total : 1828 page / ₩8,6800 ( 걸그룹 경제학/360p/₩1,8000 + 힐빌리의 노래/428p/₩1,4800 + 책을 읽는 사람만이 손에 넣는 것/272p/₩1,4000 + 불평등의 역사/768p/₩4,0000 )

 

 

( 2017 : 3844p / ₩17,0800, 2014 : 4588p / ₩19,4800, 2013 : 6421p / ₩26,5700,  2012 : 1,1963p / ₩51,3800,

 

 

 

 

 

 

 

 

2011 : 1,5365p / ₩66,1600, 2010 : 1,7919p / 74,8300, 2009 : 1,7727p / ₩72,8600 )

 

불평등의 역사 - 8점
발터 샤이델 지음, 조미현 옮김/에코리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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