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기체 인간 : 초유기체적 관점으로 본 인간사회

저자와 내용 모두 기대와 많이 다른 책이었다. 당연히 저자는 외국 학자일 것이려니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뭔가 되게 익숙한 정서가 느껴졌다. 번역자의 이름이려니 하고 넘겼던 분이 저자였다. 기대한 바는 인간을 초유기체로 바라보게된 이유와 학문적 고찰(?) 정도였는데, 본인의 사유에 대한 정리 정도의 내용이었다.

초유기체 인간 : 우리는 어떻게 지금의 우리가 되었나

정연보 지음,
김영사, 392쪽, 18000원

한줄평 : "초유기체적 관점으로 본 인간사회"

얻은 것 :

윤리는 집단 안에서만 작용한다.

최근에 책을 읽으면서 마인드맵 프로그램으로 정리하고 있다고 쓴 적이 있는데, 이 책은 마인드맵을 하면서 내용 보다 저자의 특성에 대해서 더 많이 정리한 책이 되어 버렸다.

내가 느끼기에도 그렇고 약력만 봐도 누구나 알수 있듯이 저자는 충분히 많이 배우신 분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사유를 통한 형이상학적 내용을 정리한 책이며, 어떻게 보면 철학책 같고, 어떻게 보면 교과서 같기도 하다. 좀 더 정확하게는 공부 좀 하는 학생의 정리노트라고 하는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또한가지 개인적으로, 저자는 뭔가 큰 것을 깨달았는데,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굳이 알고 싶어하는지는 신경 안 쓰고 가르치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에서 전제하는 것, 그것을 통해 기존의 것을 봤을때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 이것 자체는 지금까지의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시선에 비하면 상당히 신선한데, 설명하는 방법이 내용이 진부하게 보일 정도로 진부하다.

진화와 초유기체적 관점에 관심이 있다면,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적 입장에서 이 책은 별로라고 확신할 수 있다. 그러니까 성적에 안 들어가는 쪽지시험 보기 전에 공부 잘하는 친구가 정리해 놓은 노트 보고 시험 보는 것과 같다. 쪽지시험 점수는 몇 점 분명히 높게 나올테지만 삶에서 아무런 의미 없는 짓일 뿐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진화와 초유기체적 관점을 나름대로 여러 책과 경험을 통해 이미 숙고한 분이라면 이 책은 나름 의미가 있다. 자신의 견해와 견주어 볼 수 있는 국내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몇 안 되는 책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을 초유기체로 바라보는 이유를 반, 그것이 인간세상에서 의미하는 바를 반으로 해서 책을 엮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책에서 충분히 느껴지는 폭넓은 독서와 사유의 깊이가 제대로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묻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분야를 다룬 것도 이 책 하나에 모든 것을 담아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을 자제시키지 못한 결과 같다.

대중의 수용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초유기체적 관점을 소개하는 것 하나에만 집중했으면 오히려 더 좋은 책이 되었을 것 같다. 그 이후 나머지 이야기는 응용편 형식으로 하나 하나씩 풀어 나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뭔가 허무하고 아쉬워서 이런 생각이 더 드는게 아닌까 한다.

문장 : 철학적인데, 의외로 간결하다. 그리고 공부하신 분이라는 티가 팍팍난다.

외관 : 두껍고 무겁다.

가격 : 그에 비해 비싸진 않은데....

읽으면서 떠오르는 책들 :

- 초유기체(읽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