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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2018

전문가와 강적들 : 아기 대접은 좋고, 애 취급은 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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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가볍게 읽으려고 선택한 책이었다. 그리고 처음엔 진짜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 리뷰들을 통해 저자가 특정 지역과 국가들에 대한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가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언론가적 관점으로 접근했으려니 했다. 그런데 책은 다분히 전문가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분야로 확대해볼만한 내용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며, 최대한 자기 분야에 집중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하고 있다.



전문가와 강적들 : 나도 너만큼 알아 /

The Death of Expertise : The Campaign Against Established Knowledge and Why It Matters


톰 니콜스 ( Tom Nichols ) 지음, 정혜윤 옮김,

오르마, 420쪽, 18000원


한줄평 : "아기 대접은 좋고, 애 취급은 싫고"


얻은 것 : 

어른스러움/아이스러움 관점

반지성주의 현상

민주주의는 정부시스템에 대해 한정된 개념이지 실제 평등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최근 들어 내가 선택하는 책들이 거의 대부분 쉽게 지나치며 읽히지가 않고 있다. 어떤 책을 읽더라도 기존에 접했던 책들과 어떤 식으로든 엮이는 부분들이 있어 실제로 문장을 읽는 시간보다 읽은 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다. 아마도 어떤 과도기적인 현상 같다.


아무튼, 이 책 또한 그런데, 많은 리뷰에서 언급한데로 본인의 경험으로 시작해 전문가, 전문지식을 경시하는 사회 현상 전반의 원인을 다루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각 장들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이야기 하고 그 원인으로 미국인들의 기본 지식수준이 낮다는 사실, 배움을 가로막는 나르시시즘과 편견, 그런 병리를 고치기 보다 무지를 긍정하는 대학산업, 자기네 일이 오락이라고 생각하는 미디어, 게으르거나 경험이 부족해 올바른 기사를 쓰지 못하는 언론, 전문가의 실패를 제시고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다.


마지막 장에서 결론 및 대안을 제시하는데, 비관적인 결론에 도달하고, 해법도 참신하거나 획기적이지는 않다.


그런데, 바로 그래서 이 책의 분석과 결론이 수긍이 간다. 이건,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읽어야지만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비관적인 결론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그림이 안 그려진다.


이 책은 철저하게 서구 국가, 그 중에서도 미국의 사회현상을 다룬 책인데, 현재의 우리나라의 현실에 바로 대입해도 어색함이 없다. 이런 현상은 전지구적인 현상 같다. (미국엔 반지성주의 관련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저자가 이런 현상에 대해 6가지 정도 세부 원인을 꼽았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자기 분야와 지역으로 한정 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느 정도 가늠은 하지만 전문가로서 확실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언급하는 걸 자제한 것일 수도 있다. 중간에 "과유불급" 이라는 제목으로 살짝 언급하고 가는 부분이 있는데, 저자도 뭔가 비슷하게 느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책에 책 전반에 걸쳐 비슷한 표현이 몇 번 반복해서 나오는데, 평소 내 생각과 결을 같이 하는 생각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표현은 다름 아닌, "어린애 같다", "유아적이다"와 같은 표현들이다. 내 기억에 최소 6~7번 정도는 나온 것 같다. 이 책으로 인해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이 좀 더 명확하게 다듬어진 기분이다. 사안에 대해서 어른스러움/아이스러움 관점으로 볼 때, 좀 더 명확하게 보이는 문제들이 상당히 많다. 이 책이 어렴풋한 관점을 꽤 뚜렸하게 만들어 주는 계기를 주었다. 물론 저자가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요즘엔 책을 읽으며 마인드맵으로 정리하는데, 이 책은 문장 단위로 뽑아내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단락이나 장 단위로 전달되는 의미들이 있어 한 두 문장으로 정리하는 건 확실히 모자라게 느껴졌다. 그리고, 정말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뭔가 조금 알 것 같다는 생각이 좀 있었는데, 참 적절한 타이밍에 이 오만함을 견제할 수 있는 책을 읽게 된 것 같다. 



문장 : 먹는 사람을 위해 온갖 양념에 요리 기술을 발휘한 것 같은 문장가의 문장은 아니다. 그런데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술술 읽히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 된다. 기교가 아닌 내용에 충실한 책이고 문장 또한 그렇다.

외관 : 내용에 비해서는 가벼워 보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선택했다.

가격 : 가볍게 읽으려 했으나 무겁게 다가온 책이라 비싸다는 느낌은 없다. 치킨 한마리 가격이 아닌가.

읽으면서 떠오르는 책들

- 미국의 반지성주의 (읽기 전)

딱 봐도 무거운 주제, 많은 분량, 한마디로 벽돌책, 읽는 사람이 거의 없어 언제든지 빌릴 수 있지만 망설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8 Total : 6103 page / ₩28,1600 ( 걸그룹 경제학/360p/₩1,8000 + 힐빌리의 노래/428p/₩1,4800 + 책을 읽는 사람만이 손에 넣는 것/272p/₩1,4000 + 불평등의 역사/768p/₩4,0000 + 멸종하거나 진화하거나/416p/₩1,9000 + 네이버후드 프로젝트/640p/₩2,5000 + 조용히 이기는 사람들/220p/₩1,3000 + 섹스, 다이어트 그리고 아파트 원시인/464p/₩1,8000 + 우리가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208p/₩1,3800 + 초유기체 인간/392p/₩1,8000 +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672p/₩2,5000 + 진화론의 유혹/543p/₩2,5000 + 전체를 보는 법/300p/₩2,0000 + 전문가와 강적들/420p/₩1,8000 )


( 2017 : 3844p / ₩17,0800, 2014 : 4588p / ₩19,4800, 2013 : 6421p / ₩26,5700,  2012 : 1,1963p / ₩51,3800,

2011 : 1,5365p / ₩66,1600, 2010 : 1,7919p / 74,8300, 2009 : 1,7727p / ₩72,8600 )

 

전문가와 강적들 - 10점
톰 니콜스 지음, 정혜윤 옮김/오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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